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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3.
소리나는 모래 위를 걷는 개
陰日向にさく

게키단 히토리 지음 ㅣ 서혜영 옮김



얼마 전 헌책방에서 샀던 책 중 하나였던 '소리나는 모래 위를 걷는 개'를 읽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국내 출간본의 제목인 '소리나는 모래 위를 걷는 개'보다 일본 원서의 제목인 '陰日向にさく'쪽이 훨씬 익숙하다. 왜냐하면 나는 이 소설를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의 원작으로 처음 알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소리나는 모래 위를 걷는 개'라는 타이틀을 보았을 때, 내가 알고 있던 그 소설이라는 사실을 금방 눈치채지 못했다. 작가 이름을 보고서야 아, 혹시? 하는 생각을 했을 정도니까.. 사실 왜 전체를 아우르는 원제가 아니라, 이야기들 중 하나의 타이틀인 '소리나는 모래 위를 걷는 개'라는 제목을 가지게 된 건지는 모르지만, 소설의 내용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역시 원제인 '陰日向にさく'쪽이 더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陰日向にさく. 음지와 양지에 핀다ㅡ.

이 글 속에서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굳이 나누자면 음지 쪽 사람들이다. 평범한 일상에 지쳐 홈리스의 자유로움을 꿈꾸는 샐러리맨('길 위의 생'), 아이돌을 사랑하는 오타쿠 청년('안녕하세요, 나의 아이돌 님'), 사람에 사랑에 쉽게 속는 프리터('핀트가 안 맞는 나'), 도박 빚에 매여 쩔쩔매는 평범하고 소심한 남자('신의 게임'), 어린 시절의 첫사랑인 삼류 개그맨을 찾아 무작정 상경한 여자('소리나는 모래 위를 걷는 개')... 얼핏 보아도 양지보다는 음지에 가까운 사람들이 이 글 속의 이야기들을 이끌어 나간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좌절과 실패와 절망의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볕이 들지 않는 그늘 속이니까 꽃이 필리가 없지 않느냐고? 아니다. 분명 음지에서도 피어나는 꽃은, 있는 법이다. 이들처럼.

이들은 사실 특이해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 주변에 흔하게 있을 수 있는 사람들이고, 우리들이 흔하게 하는 생각들을 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돈을 누구에게서 빌리는 건가 하면 그건 미래의 나 자신에게서 빌리는 거거든. 그야 물론 돈을 빌려주는 건 업자지만 그 돈을 갚는 건 미래의 나인 거야.'(p. 109)같은 생각, 카드 긁으면서 한 번 정도 누구나 해보지 않았을까. 남몰래 좋아하는 이에게 말 한마디를 쉽게 건네지 못해 망설이고 후회했던 기억은 어느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그런 이야기다. 그래서 이 소설은 빠르고 편하게 읽힌다.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낯선 이야기가 아니라 제법 공감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사실 요즘 들어 잘 쓰여진 글과 좋은 글의 차이를 부쩍 느끼게 된다. 그리고 후자 쪽에 치우쳐가는 내 자신도 느낀다. 아무래도 잘 쓰여졌다는 것보다는 좋다는 것에 더 내 감정이 들어가기 때문인 것 같다. 잘 쓰여졌다고 좋은 글인 것은 아니고, 좋은 글이라고 해서 무조건 잘 쓰여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ㅡ그 반대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이제서야 깨닫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이 글은 굳이 나누자면 후자에 가까운 글이다. 그리고 나는 그거면 만족하는 감상자이고. 아, 보다가 미뤄뒀던 이 글을 원작으로 하는 그 영화, 마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영화의 미묘한 편집이 어째서인가, 했는데 원작을 보고나니 알겠다. 이래서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나보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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銀_Ryan (문화 칼럼니스트)

좋아하는 것도 알고 싶은 것도 너무 많은, 얕지만 넓은 감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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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나는 모래 위를 걷는 개. 음지와 양지에 핀다가 더 좋음. 책. 감상문.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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