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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제게 1년은 12개월이 아니라 11개월이었던 것 같습니다. 12월 31일에 땡-하고 종을 치면, 한달동안 긴 잠을 자다가, 2월 1일이 되어야 자, 한번 일어나볼까? 하면서 기지개를 켜는 기분으로 살아왔던 것 같아요. 그 한달동안, 이젠 무엇을 할까, 또 무엇을 할까-하면서 겨울잠을 자다가, 2월 1일이 되어야 동면에서 깨어나는 .... 곰(?)



어제는 옛 사진을 한장 찾았습니다. 정말 오래전에 찍은 가족 사진입니다. 제주도 고향집, 할아버지의 여섯 아들 가운데 다섯 아들이 모여 찍은, 유일한 사진. 이 사진에 계시던 할아버지는 10년전 돌아가셨습니다. 그보다 빠르거나 조금 이르게, 둘째, 셋째 ... 그리고 여섯째, 제 아버님도 돌아가셨습니다.

가족들이 참 많이 예뻐했다던 둘째 큰 아버지의 딸 둘과 아들.. 그러니까 제겐 사촌 누나와 형이었던 분들도, 어느날 밤 연탄가스 중독으로 한꺼번에 세상을 떴습니다. 이 사진을 찍고, 1년 정도가 지난 즈음에- 일본에서 살고있는 셋째 큰아버지의 가족들과는 이젠 연락도 잘 되지 않습니다. 하긴, 연락이 닿아도 이야기를 나눌 방법이 없습니다. 그 분들은 한국말을, 모르니까요.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살아갑니다. 누군가는 살아가고, 누군가는 죽어갑니다.
생각해보면, 참 무척 쓸쓸해지는, 삶이라는 것.

그래도 힘껏 살아야 한다지만, 언젠가는 죽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에, 가끔 막막해지고는 합니다. 밥벌이의 지겨움이 느껴질 때도 된 나이. 누군가의 모욕을 웃으면서 견딜 수 있게된 나이. 떠나고 싶을 때 떠나는 법과, 헤어지기 싫어도 헤어지는 법을 알게된 나이. ... 그냥, 쓸쓸해도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게 된 나이. 그 나이가 되어도, 막막함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막막함은 달라지지 않았어도, 살아갑니다. 이유를 모르지만, 살아갑니다. 내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들, 내게 웃음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살아갑니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자꾸, 살아가는 이유가 내가 아닌 당신이 됩니다. 그래서 고맙습니다. 살아있어서 아프고, 살아있어서 기쁩니다. 당신이 있어서 아프고, 당신이 있어서 기쁩니다. 그래서 또 말합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오늘은, 제가 태어난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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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니 (IT/과학 칼럼니스트)

디지털 라이프 스타일리스트. 블로그 '거리로 나가자 키스를 하자(http://zagni.net)'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주된 관심사는 인터넷과 블로그 문화. YTN 매거진 '디지털 이슈'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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