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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당 지도부 경선을 거치며 '한미FTA 전면 재검토 혹은 폐기'를 대국민 공약으로 내세웠다. 한미FTA 발효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민주당이 국민과의 약속을 실행에 옮기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 오바마에게 FTA 발효정지와 재검토 요청 서한

한명숙 대표는 어제(3일) “한미FTA 발효와 관련해 무효화 투쟁 특위의 제안을 받아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미국 상하원 의원들에게 발효정지와 전면 재검토를 내용으로 하는 서한을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고, 신경민 대변인은 “이번 오바마에 보내는 서한을 시작으로 FTA에 대한 요구 수위를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FTA에 대한 민주당 지도부의 입장은 상당 부분 정리된 상태다. 박지원, 박영선 최고의원 등은 ‘미국이 전면 재협상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FTA 자체를 폐기하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상 ‘전면 재협상 아니면 폐기’가 사실상 총선과 대선의 민주당 공약이다. 이번 서한 발송은 민주당의 이러한 입장을 미국에게 전달하는 첫 수순인 셈이다. 이번 서한 발송의 의미를 “미 정부를 압박하고 국민들에게 민주당의 재협상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면재검토 아니면 폐기’, 민주당 움직임에 정부 ‘긴장’

민주당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정부여당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총선과 대선을 거치며 민주당내 강경론자들이 힘을 받아 FTA 폐기 쪽으로 가닥이 잡히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여권과 보수언론들은 민주당이 4.11총선에서 승리한다 해도 ‘외국과 맺은 협정의 폐기는 전적으로 국가원수의 권한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압박은 할 수 있다 해도 강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일단 올해까지는 최악의 상황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대선에서 야당 승리가 우세하다는 전망을 의식해서인지 외교통상부의 고심은 골이 깊다. 민주당이 정권을 잡게 되는 경우 정말 한미FTA가 폐기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한 대응책은 고작 ‘설마’하는 기대감뿐 이다.

외교통상부는 “민주당이 정권을 잡게 되면 FTA 폐기에 나설 수 있겠지만 국익과 폐기 가능성을 따져 봐야 할 것”이라며 일단 발효가 된 뒤에는 아무리 민주당이라도 되돌리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 정부, 민주당 요구에 어떻게 반응할까?

문제는 미국정부다. 오바마 정부가 민주당의 ‘발효정지와 전면재검토’ 요구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민주당은 서한 발송만으로도 미국정부와 의회를 압박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낙관하는 분위기이지만 정부는 민주당과 다른 기대를 하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미국이 민주당의 서한 전달을 일종의 정치 행위로 볼 뿐 서한이 FTA 발효 계획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반응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미국정부가 외교통상부의 ‘기대’와는 사뭇 다르게 반응할 것이라는 전망 정도는 가능하다.

철저히 실리 추구하는 미국, 한국의 ‘차기정권’ 눈치 볼 수밖에

한국에서 정권이 바뀔 때 마다 미국이 취한 태도는 항상 ‘실리 추구’였다. 자국의 국익에 유리하다면 쿠데타로 정권을 강탈한 군부도 파트너로 인정하는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미국정부가 군사 반란과 광주 학살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을 파트너로 인정하는데 삼은 기준은 정의와 민주 등의 가치가 아니었다. 전두환이 미국에 얼마마한 이득을 제공해 줄 것인가에 대한 판단만 작용했다.

철저하게 ‘실리’에 따라 움직이는 게 미국정부인만큼 누가 차기 청와대의 주인이 될 것인가를 가장 먼저 염두해 두고 모든 판단을 하려 할 것이다.

국내 정치상황과 여론의 동향을 미국정부가 모를 리 없다. 올 대선에서 여당이 정권을 재창출할 가능성이 없다면 미국정부에게 이명박 정권은 ‘유효기간이 종료된 쓸모없는 물건’이나 다름없다.

미국정부, 어떤 식으로든 민주당 서한에 반응 할 것

이제 미국정부의 관심이 쏠리는 곳은 연말에 판가름 날 ‘차기 정권’이다. 차기정권이 민주당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면 미국은 결코 민주당을 자극하는 일을 하지 않으려 할 게 분명하다.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는 한국의 차기정권과 우호관계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한미FTA의 조속한 발효를 강력하게 원하고 있다 해도, 차기 정권을 거머쥘 가능성이 높은 민주당의 입장을 무시하는 행태는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FTA 발효 시기를 늦추는 등의 제스처로 민주당의 요구를 귀담아 듣고 있다는 흉내를 내면서 사태를 관망하려 할 것이다.

더 받아 낼 것 없는 이명박 정권보다 앞으로 가능성이 충분히 열려 있는 차기 정권이 미국정부에게는 더 중요하다.

정부여당의 기대와는 달리 ‘민주당의 서한’이 어떤 형태로든 미국정부의 반응을 이끌어 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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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르디 (정치/사회 칼럼니스트)

더듬 더듬 세상을 살아가는 아주 평범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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