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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피용

작가데니스 프라이드출판뜰북발매2011.12.15평점


우선 개가 책을 썼다는 말도 안 되는 설정을 받아들이는 순수한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책은 유치찬란하고 허무맹랑한 '잡서'가 될 뿐이니까. 하지만 도도한 프랑스 황실의 강아지 파피용이 인간에게 타자를 치도록 하고 이 책을 창작해 냈다는 귀여운 설정을 받아들이고 나면, 새로운 재미를 마주할 수 있게 된다. 개의 입장에서 인간을 포함한 세상을 바라보는 시도에 동참하게 되면서,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개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물론 개가 썼다는 설정이 정말 개의 진심을 알 수 있도록 해주는 건 아니다. 실제로 개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 우리는 결코 알 수 없다. 최소한 현대 과학으로서는 말이다. 다만 이 책을 통해 개라면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저런 상황에서는 그렇게 생각하겠지 하는 등 개의 입장을 생각해보는 기회는 가질 수 있다. 그저 키워야 할 예쁜 인형같은 애완견이 아니라, 어느 정도 동등한 생명체로 여기는 태도를 지니게 해준다.

귀여운 눈을 가진 25cm 키의 작은 강아지가 새초롬하게 던지는 멘트들이 사랑스러운 책. 익살스럽게 생긴 아저씨의 손에서 나온 책이란 것만 상기하지 않는다면 보기만 해도 새콤달콤함이 느껴지는 사탕처럼 기분 좋은 책이다. 약간의 발칙함마저 애교스럽게 느껴지는 <파피용>. 이 책으로 사람들이 동물에 대해 보다 존중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아마 이 책을 쓴 진짜 저자는 주느비에브가 아니라 나라고 의심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이 점을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겠다. 주느비에브는 몸짓, 태도, 표정, 불요불굴의 정신으로 이 책을 창작해 냈다. 물론 타자를 친 건 나지만, 이 책의 내용은 온전히 주느비에브가 만들었다. (10쪽)

애견 마켓을 떠날 때는 커다란 유리창 너머로 미용실을 슬그머니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어. 그러다 보면 아주 귀여운 남자 개들이 털 깎는 모습이 보이거든. 내가 멍멍 짖어서 아는 척이라도 하면 모두들 너무 좋아하면서 털 깎는 탁자에서 뛰어내리려고 대혼란을 일으키곤 하지. 나는 문제를 일으키는 게 너무 좋아. 왜 그런지 모르겠어. 내가 아기 강아지일 때 무슨 심한 상처라도 받아서 그런 걸까? (114~115쪽)

솔직히 말해서, 나라면 눈을 가려도 냄새 하나로 집을 찾아갈 수 있는 곳에서 데니나 카트리나가 길을 잃고 지도를 더듬거리기 시작하는 걸 보면 너무 창피해서 머리를 앞발에 묻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야. (132쪽)

이상한 인간이 찾아오면 일단 거리를 유지하면서 자세히 관찰해. 너무 빨리 너무 친근하게 굴지는 마. 그들이 먼저 다가오게 만들어. 필요하다면 그들이 보는 앞에서 (혹은 그들한테) '사고'를 쳐서 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살필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도 좋아. 인간은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에 진정한 성격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거든. (2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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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kkan (라이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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