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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을 맞이하며 언뜻 서울역에서 찍은 사진이 생각났습니다.


서울역 2번출구 앞을 나오면 롯데마트 후문으로 향하는 이곳에는 일반인은 도통 찾아볼 수 없는 어두컴컴하고 묘한 통로가 있습니다.

주말에는 종교단체에서 몇 개의 의자를 갖다놓고 목소리를 높이며 교화 또는 기도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종교를 퍼뜨리기도 하는 곳이죠.

그 곳을 나서면 이와 같은 광경이 펼쳐집니다. 처음에는 저도 단순한 창고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나무와 박스로 지어진 이 허술한 형태의 것은 집입니다. 바로 노숙자들의 집이죠. 그 속에서 그들은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운이 좋으면 하계용 침낭에서 자는 거고요. 대부분은 박스를 덮고 자는 듯합니다. 그래도 안에 그릇도 보이고 시계, 라디오와 같은 것들도 보였습니다. 제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노숙자 아저씨들이 무서워보여도 손재주는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 나무 널빤지로 만든 집만 보더라도 느낄 수 있지 않나요? 어찌됐건 작년 8월에 서울역 노숙자 강체퇴거문제로 떠들썩했던 곳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서울역 뒤편은 고요하고 우울해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이 길을 보자마자 생각난 노래가 유재하의 우울한 편지였으니... 저는 서울역에 대한 추억이 많습니다. 부대가 부산에 위치했던 관계로 당시 TMO(군용열차) 티켓을 발매 받으려면 바로 2번 출구 앞에 있는 구 서울역사로 가야했습니다. 그 곳에서 무심한 듯 또는 독기에 가득찬 모습의 노숙자들과 뭐 하나라도 더 먹으려고 퍼덕거리는 비둘기떼 사이로 내뿜는 쾌쾌한 담배연기는 부대에 도착하지 않았는데도 이미 도착한 듯, 발걸음을 무겁게 한 혈기왕성한 이십대의 청년의 한숨이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아주 재미있는 사건도 목격했습니다.

군복무 당시, 평소 굉장히 귀찮게 하던 군대 선임이 있었습니다. 동기를 포함한 여러 사람을 꽤나 피곤하게 만들던,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소심하고 눈치가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뭔가 정이 안 가는 사람이라고 할까요? TMO에서 기차표를 발매해서 신 역사로 기차를 타러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약 15m 앞에 그 선임이 담배 비닐을 뜯으며 가고 있더군요. 그 때 군용 야상 자켓을 입은 노숙자가 접근을 하더니 담배를 구걸합니다. 선임은 한 개비 주는가 싶더니 이내 아저씨에게 한 갑을 통째로 뺏기더군요. 눈빛만 봐도 술에 취해보이는 노숙자를 따라가기는 뭔가 무서운 상황! 선임은 벙쪄서 10초간은 그렇게 아저씨의 뒷모습만 바라보다가 신 역사로 향했습니다. 이 모든 상황을 뒤에서 지켜봤던 저는 고소하면서도 불쌍하고, 미묘한 감정을 갖게 되더군요. 그래도 그런 모습을 후임이 봤다는 사실을 알면 그 사람 스스로 창피해할걸 알기에 없었던 일처럼 머릿속에서 금세 지웠습니다.

그 이후 3년 전 가을, 밤 10시에 서울역 화장실에 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평일이라 굉장히 한산했고 서울역 화장실의 위치가 위치인지라 그 안은 더 한산했습니다. 그런데 그 곳은 서울역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굉장히 더럽고 불쾌한 곳이었습니다. 소변을 보면서도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더군요. 그 이유는 휴지를 손에 몇 바퀴씩 돌려서 분주하게 챙겨가는 노숙자들과 여기저기 붙어있는 불법 약물 광고 스티커, 술에 취해서 발로 차였을까 덜렁거리는 화장실 문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밖이 추워서인지 화장실 칸을 차지하고 계시는 듯 조용한 아저씨들이 혹시 해코지라도 할까 무서웠던 게죠.

사람들은 말합니다. "노숙자들 돈 쥐어 줘봐야 술만 쳐 마시고, 공기가 아까운 족속들이야." 저 또한 어렸을 때 그리 생각했던 적이 있었지만 나이를 먹다보니 또 그리 극단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모두 살다보면 사정이 생기고 사정이 생기면 누구든지 노숙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 빚 3억이 있는데 자활센터에 찾아간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그렇다고 노력을 한다고 해도 그만큼 돌아오는 것이 적다고 생각하는 심리적 박탈감과 절망에서 오는 무기력증은 사람을 나락으로 빠뜨릴 수 있지 않을까요? 모두 겪어보지 않고는 콧방귀만 뀔 것입니다. 따라서 저도 사람이 평생 호의호식하며 살 수 있다면 욕할 수 있겠지만 인생사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알아가며 그들에게 손가락질을 할 수는 없게 된 것입니다. 그러면 "남들 피해는 안 줘야할 것 아니냐?"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제가 서울역을 왔다 갔다 하며 본 바로는 소란을 피우는 노숙자는 그 중에서 소수입니다. 대부분 냄새를 풍기며 누워있는 그들을 우리가 멀리하고 다른 세계 사람인냥 쳐다보는 시선으로 이미 벽을 쌓아버린 것이죠.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역 노숙인 보호시설 '다시서기상담센터'를 방문해 "코레일이 꺼린다면 영하 5도 이하로 떨어질 경우만이라도 서울역을 개방해 달라고 요청할 것"이라며 "퇴거조치도 완화하도록 요청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반면에 인권위는 노숙자 문제 해결과 인권보호를 위해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정책을 검토해서 안건을 재상정하기로 했습니다. 재적위원 10명 가운데 8명이 참석한 1월 회의에서 상당수 위원들은 서울역의 노숙인 강제 퇴거 조치에 대해 인권 침해 소지가 적다고 판단했습니다.

글쎄요. 서울역은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 맞습니다. 이용객들이 불편을 느낀다면 당연히 이용객을 위해 내주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코레일의 노숙자 강제 퇴거 조치나 인권위의 인권 침해 소지가 적다는 판단은 맞는 것일까요? 요즘 심심치 않게 노숙자 자활 지원 잡지 '빅이슈'를 판매하는 노숙자 아저씨들을 보게 됩니다. 활기차게 소리를 지르는 아저씨들을 보며 일반인보다 열심히 산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요. '공부를 왜 하지?'라는 의문에 아무도 명쾌한 해답을 할 수 없듯이 그들의 '내가 왜 살지?'라는 의문은 어느 누구도 풀어주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조금이나마 그 속내를 풀어줄 정신과 상담이나 봉사는 서울시 또는 코레일에서 그 어떤 조치를 하든 동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변역에서 작년 여름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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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쏘데프 (라이프 칼럼니스트)

평화, 아이, 순수한 마음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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