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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기념관이 끝내 생겼습니다. 한국사회가 얼마나 엉망진창인지 이 일만큼 잘 드러내는 것도 없습니다. 박정희를 치켜세우며 좋아하는 이들은 박정희가 ‘경제성장’을 이뤘다고 곧잘 떠벌리는데, 그 논리대로라면 독일은 히틀러 기념관을 만들어야 하고, 일본은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쭉 해야 합니다. 히틀러가 통치할 때와 ‘일본제국’이 뻗어나갈 때, ‘엄청난 경제성장’을 이룩했으니까요.

게다가 박정희가 ‘경제성장’을 이뤘다는 평가 자체에 문제가 잔뜩 붙어있습니다. 그 시대에 변화들을 박정희의 공으로 돌리며 어정뜨게 손뼉을 쳐주고 휘파람을 불어대기엔 께름칙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니까요. 박정희 독재 끄트머리에 ‘경제위기’가 찾아와 휘청거렸던 사실이나 박정희가 터를 잘못 닦아놓아 한국경제는 뒤틀리게 몸집을 불렸고, 그렇게 IMF 위기로 이어졌다는 연구까지 맞닥뜨리면 박정희의 경제정책에 엄지손가락만 치켜들 수 없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박정희가 나라를 구한 것처럼 ‘상징화’된 것은 단군왕검이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것만큼이나 ‘신화’에 가깝습니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허술하게 깔려있고 사람들 사이에 허접하게 퍼져있는지를 박정희추종자들은 보여줍니다. 이들은 대개 ‘자유’민주주의가 중요하다고 떠들고 공산주의에 맞서 스스로 자유민주주의를 지켰다고 나불거립니다. 하지만 당최 박정희 시대에 어떤 ‘자유’가 있었고 무슨 ‘민주주의’가 있었는지 되짚으면 어리둥절하기만 합니다. 어떤 책을 읽었다고 잡혀 들어가고, 남산의 전화 한 통에 어떤 누구라도 사시나무 떨 듯 후들거리는 사회였으니까요. 그렇게 죽어나간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들은 눈물은커녕 콧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습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맨 오른쪽)이 21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에 개관한 박정희 대통령 기념·도서관을 돌아보는 중에 한 관람객이 박 전 대통령 사진을 향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박정희기념관은 1999년 김대중 대통령의 기념관 건립 지원 약속 이후 국고 보조금이 회수되고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을 벌이는 등 사회적 논란 끝에 13년 만인 이날 문을 열게 됐다. @공동취재사진단

그래서 따지고 들면 그들이 말하는 자유는 박정희를 떠받들 ‘자유’이고 노예가 되겠다는 자유에 지나지 않으며, 그들이 말하는 민주주의는 저 윗분의 한마디에 다 같이 평등하게 냅다 절하는 체제입니다. 그렇게 그들은 지금도 ‘노예의식’에 사로잡힌 채 살고 있죠. 북한에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면서 ‘인민 노예화’가 벌어졌듯 남한에서도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면서 ‘인민 노예화’가 벌어졌고, 노예들은 자신들이 노예라는 것조차 생각하지 못한 채 ‘복종’하느라 열심입니다.

믿기 어려운 이야기이지만, 인민은 자신이 억압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거의 잊고 지낸다. 자신에게 주어진 천부적인 자유를 너무나 뜻밖에, 갑작스럽게 잃어버렸기 때문에, 그들의 뇌리에는 자유를 되찾으려는 생각이 미처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다. 얼핏 보기에 사람들은 자유의 상실에 대해 슬퍼하지 않는다. 그들은 오히려 노예가 되었다는 것을 환호하며 그 순간부터 흔쾌히 즐거운 기분으로 군주에게 봉사한다.

에티엔느 드 라 보에티『자발적 복종』46쪽

시대가 흐르고 세대가 달라지면서 새로운 정서와 감각이 갖춰졌다지만 아직도 윗세대들의 고약한 악취가 질기게 맴돌고 있습니다. 조금만 정신을 놓치면 그 냄새에 찌들게 되죠. 자신이 말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모른 채 어디서 들은 얘기를 곧이곧대로 지껄이며 ‘윗세대의 붕어빵’처럼 살아가는 이들이 드물지 않습니다. 그렇게 노예의식은 이 사회에 곳곳에서 꼼지락거리고 있네요. 이런 증상이 바로 박정희 기념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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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르르 (피플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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