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스의 대패, 그리고 양동근의 풀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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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연승에 도전하던 울산 모비스가 7위 창원 LG에게 59:83으로 완패했다. 1쿼터 시작과 함께 LG에게 끌려가기 시작한 모비스. 단 한 번도 분위기를 가져오지 못한채 무너졌다. 불과 14일전에 열린 5라운드 맞대결에서는 모비스가 93:69로 대승을 거뒀었기에, 모비스의 완패는 굉장히 뜻밖의 결과였다.

모비스 선수들 중, 22일 LG전에서 자신의 몫을 해 낸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포인트가드 양동근은 상대팀의 변현수에게 완벽히 묶였으며, 3점 머신 박구영과 김동우는 12개의 3점슛을 시도해서 단 1개만을 성공 시켰다. 모비스의 희망으로 자리 잡은 함지훈은 번번이 패스 미스로 팀의 공격 템포를 끊었고, 수비의 높이를 의식해서인지 슛은 계속 빗나갔다.

골밑을 책임지는 용병 레더는 상대팀의 백인선과 송창무와의 신경전으로 인해 공격자 파울을 남발하며 14점만을 올리고 5반칙 퇴장 당했다. 그리고 송창용, 홍수화, 김동량, 이지원, 임상욱 등 1, 2년차 선수들도 누구 하나 만족스런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정말 그야말로 완패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모비스였다.

사실 모비스는 지난 토요일 삼성전에서도 졸전을 펼쳤었다. 천신만고 끝에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2점 성공률이 43.1%, 자유투 성공률이 69.2%에 그치는 등 전반적으로 선수들의 집중력과 슛 감이 굉장히 떨어진 모습을 노출했었다.

하지만 그 졸전 끝에 거둔 승리가 모비스 선수단에는 오히려 독이 됐다. 단점들을 노출했음에도 불구하고 힘겹게 연승을 이어 가게 되다 보니, 오히려 선수들의 집중력과 정신력이 더 떨어져 버린 것이다. 22일 LG전에서 모비스의 3점 성공률은 18.5%, 자유투 성공률은 36.4%에 불과했다. 그리고 턴오버는 18개나 범했다.

함지훈 합류 이후 남부러울 것 없이 연승 행진을 이어 갔지만, LG전에서 최악의 경기를 펼친 모비스. 이 경기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양동근의 풀타임 출장이었다. 이미 일찌감치 승패가 갈린 경기였기에, 모비스 입장에서는 굳이 양동근을 풀타임 뛰게 할 이유가 없었다.

[모비스 함지훈 & LG 헤인즈, 사진 출처 : KBL]

유재학 감독은 왜 양동근을 끝까지 코트 위에 남겨 놓았을까? 그에 대한 답은 여러 가지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첫째, 홈 관중들에 대한 배려다. LG전을 포함해서 모비스의 이번 시즌 홈에서의 남은 경기는 총 3경기였다. 시즌이 마지막으로 향하고 있기에, 평일에도 경기장을 찾아준 4,106명의 관중들에게 보답하는 마음이었을 수 있다. 물론 대패로 인한 미안함의 뜻도 있었을 것이고.

둘째, 변현수를 이겨내라는 뜻이다. 양동근은 LG전에서 변현수의 찰거머리 수비에 크게 고전했다. 양동근이 완전히 막히자, 모비스의 공격은 뻑뻑하게 전개 됐다. 3쿼터까지 양동근이 기록한 점수는 단 6점이었다. 그나마도 변현수가 파울로 인해 벤치에서 쉬고 있을 때 기록한 점수가 대부분이었다. 두 선수의 맞대결 승자는 사실상 변현수였다.

여느 수비 전문 포워드들도 힘들어하는 것이 양동근에 대한 수비다. 그렇지만 변현수는 양동근을 철저히 봉쇄하는 능력을 보였고, 유재학 감독이 그런 양동근에게 어떻게든 이겨 보이라는 무언의 압박을 보낸 것일 수도 있다. 양동근을 한 단계 더 성장시키기 위한 채찍질 이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셋째, 양동근의 슛 감이다. 지난 11일 오리온스전을 시작으로 최근 5경기 동안 양동근의 3점슛 성공률은 26%에 불과했다. 23번을 시도해서 단 6번만을 성공시켰다. 계속해서 성공률이 떨어지자, 양동근은 3점 시도를 줄이고 있었다. 박구영의 어마어마한 3점으로 인해, 양동근의 3점 성공률 하락이 묻혀 졌었던 것이다.

3점 시도에 인색해진 양동근을 상대하는 수비수들은, 이 전보다 상대적으로 쉽게 양동근을 막을 수 있게 됐다. 유재학 감독은 떨어질 대로 떨어진 양동근의 3점슛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라는 의미로, 계속해서 코트에 남겨 놓았던 것일 수 있다.

[모비스 양동근 & LG 헤인즈, 사진 출처 : KBL]

넷째, 선수단을 대표해서 양동근을 혼낸 것이다. 풀타임을 뛴 양동근과 32분 8초를 뛴 송창용을 제외하면, 모든 선수들이 27분 이하의 시간을 뛰었다. 함지훈은 턴오버와 자신감 없는 플레이로 일관했고, 레더의 퇴장 이후 사실상 추격의 기회가 사라졌던 모비스다. 그렇지만 양동근은 경기 종료 때까지 뛰고 또 뛰었다. 이 경기에서 유일하게 풀타임을 뛴 선수였다.

지난 삼성전을 시작으로 선수들의 정신력이 많이 나태해진 모습을 드러냈기에, 팀의 간판인 양동근에게 풀타임이라는 벌을 줌으로서, 그를 지켜보는 다른 선수들로 하여금 좀 더 집중력을 갖자는 의미였을 수 있다.

양동근의 풀타임에 대해 여러 가지 추측을 해 봤다. 그렇지만 결국 그에 대한 답은, 유재학 감독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어찌 됐든 모비스의 연승 도전은 끝이 났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주전들을 가동하고도 완패한 것이다. LG가 보여준 수비는, 플레이오프에서 모비스를 상대하게 될 팀들에게 좋은 해법이 됐을 것이다.

반대로 완패를 당한 모비스에게도 큰 도움이 된 경기였을 것이다. 시즌 내내 6위 언저리에 있다가, 함지훈 합류 이후 갑작스레 우승 후보로까지 올라선 모비스. 더군다나 계속해서 연승행진까지 달리면서, 한편으론 선수들이 심한 압박감, 중압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거듭된 승리 뒤에 가려졌던 단점들을, LG전 대패로 인해 발견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됐을 것이다.

이번 시즌 KBL 전체 선수들 중 4번째로 많은 평균 출장 시간을 뛰고 있는 양동근. 지칠 대로 지친 그를, 유재학 감독은 대패한 경기에서 풀타임 뛰게 했다. 양동근도,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본 모비스의 선수들도 무엇인가 느끼는 바가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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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제6차 스포츠 분야 파워지식iN으로 선정됐으며, 다음 view 농구 채널랭킹 1위에 올라있는 SportsSoul입니다. 함께 스포츠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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