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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항하려다가 붙잡힌 저축은행의 소시오패스, 그렇다면 청와대의 소시오패스는?

한동안 소시오패스(sociopath)라는 말이 사이코패스(psychopath)라는 말과 함께 사람들 사이에서 빈번하게 사용됐던 적이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젠 그 뜻을 알고 있으며, 어떤 사회적인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종종 인용되기도 한다. 요즘에는 이것을 반사회성 인격장애 또는 반사회적 인격장애(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 ASPD, APD)라고 부른다는데,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도 이런 성격장애의 일종이라고 한다. 이들은 보통 타인을 속이고 범죄 행위를 하는 데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며, 착취적이고 지나친 야망과 우월한 태도를 보여 타인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정신장애를 보인단다. psychopath와 마찬가지로 sociopath 역시 자기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어떤 짓을 저질러도 죄책감이 없다는데, 사이코패스가 충동적이고 감정조절을 못하는 반면 소시오패스는 감정통제에 상당히 능수능란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역설적이게도 소시오패스들 중에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물이 꽤 있고, 우리가 매일 보는 TV뉴스나 신문에도 그들의 이름이 자주 등장한다.

최근의 저축은행 사태에서도 이와 같은 소시오패스가 한 명 눈에 띄는데, 그는 바로 이번에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미래저축은행 회장이다. 이런 소시오패스 부류가 다들 비슷하기에 굳이 실명을 거론할 필요도 없을 듯한데, 다만 특히 그가 주목되는 이유는 실제로 며칠 전인 5월 4일에 중국으로 밀항을 시도하다가 붙잡히는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김회장의 실질적인 관계로 보나 이미지상으로 보나 청와대의 누군가와 참 많이 닮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자, 올해 12월이면 현정권의 뒤를 이어 새로 집권하게 될 세력이 뽑히고 몇 달 뒤엔 지금 청와대에 있는 사람은 물러나게 된다. 그런데 다들 알다시피 벌써부터 그 주변에서 여러명이 구속됐고, 그럼에도 여전히 썩은내가 진동한다. 19대 국회가 개원하고 내년에 정권이 바뀌면, 어쨌거나 굉장히 많은 국정조사나 청문회가 진행될 것이다. 청와대 역시 이를 직감하고 있을 테고, 그 소시오패스는 아마도 몇 달 전 미래저축은행 김회장의 심정과 같을 것이다. 저축은행의 소시오패스는 밀항을 선택했는데, 청와대의 소시오패스가 김회장처럼 몰래 도망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그래서 이번 포스트에서는 '성공한 소시오패스'의 행동 패턴과 그들의 말로에 대해서 한 번 다뤄보고자 한다.

[이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모두 EBS의 지식채널e에서 2009년 6월 8일에 방송된 '소시오패스'(533회) 화면을 캡처한 것이다]

먼저, 아래 신문기사를 읽어 보자.

"1981년 서울의 한 예식장. 장래가 촉망받는 서울대 법대생이 결혼식을 치렀다. 주인공은 복학생으로서 활발한 교내 활동을 펼쳐 당시 법대 내 최고의 마당발이자 든든한 형님으로 알려진 인물. 주례는 서울대 법대 교수가 섰고 서울대 재학생 상당수가 참석해 성대하게 피로연까지 마쳤다. 그러나 그는 '가짜 서울대 법대생'이였다. 서울대 법대는커녕 대학 문턱도 못 가본 사람이었다. 타고난 언변과 사교성으로 수년간 모두를 감쪽같이 속였다. 나중에 전모가 드러났지만 과대표까지 맡았던 학생이 가짜라는 사실에 동료들조차 한동안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였다. 결혼식 주례를 맡았던 교수는 충격으로 평생 주례를 맡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한때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가짜 서울대 법대생 사건이다." (2012년 5월 6일 머니투데이 보도)

이 황당하기 그지없는 사건의 범인이 바로 미래저축은행 김회장이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서울대생이 아닌 게 들통 난 다음에도 '동문'들에게 연락을 하고 지냈으며, 이후에 크고 작은 사업에 손을 대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며 노하우와 인맥을 넓혔다고 한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었을까? 뻔뻔하고 파렴치한 거짓말을 일삼던 인간이 반성도 없이 그 사건에서 일종의 피해자였던 사람들에게 계속 연락을 했고, 그걸 바탕으로 사업까지 하면서 자신의 역량을 키워나갔다니.. 심지어, 그와 같이 학창시절을 보낸 한 지인은 "넉살좋고 대외 활동력과 사업수완이 뛰어났다"고 회고했단다. 이것만 봐도 청와대에 있는 누구와 참 비슷한 것 같다.

IMF 외환위기를 겪은 김회장은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다가, 제주도에 기반을 둔 상호신용금고를 인수하며 드디어 금융업(돈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BBK의 경우를 봐도 그렇고, 이들이 사람들 등쳐먹는 데는 금융업이 안성맞춤 - 현재의 금융시스템 자체가 얼마나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는 다음에 언제고 다룰 기회가 있을 성싶다 - 인가 보다. 요즘 각광받고 있는 신랑감이 금융업 종사자들이던데..)에 뛰어들게 된다. 2002년 2월 현재 이름인 미래상호저축은행으로 상호를 변경한 이후,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 자산 2조 원대를 기록하며 김회장은 이 저축은행을 업계 10위권으로 성장시켰다. 그 와중에 천안과 대전, 강남, 잠실, 목동, 사당, 테헤란로, 압구정, 서대문점을 잇달아 개설하고, 2009년에는 한일저축은행까지 인수합병(M & A)했다고 한다. 이 때만 해도 그는 (과거의 잘못은 잊혀진 채) 금융계의 유능한 인재로 평가 받았으며, 김회장의 성공은 대중들에게 하나의 모범적인 모델로 비춰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화려한 겉모습 자체가 다 거짓이었다. 무리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과 문어발식 사세 확장은 결국 미래저축은행의 부실을 불러왔고, 고속성장의 이면에는 불투명한 여신관리와 각종 불법대출 의혹이 있다. 금감원 감사 결과 부채가 자산을 무려 3177억원이나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고, 김회장은 급기야 200억 원대의 회삿돈을 횡령해 중국으로 밀항을 시도하기에 이른 것이다. 한 기사에 의하면, 그는 제3자를 내세워 미래저축은행으로부터 1500억원 정도의 불법 대출을 받아 충남에 대규모 골프장 겸 온천 리조트를 만들어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었다는데(차명소유 참 좋아한다. 누구는 강남구 도곡동 땅을 차명소유하고 있다가 걸리더니 말이다), 이 리조트의 시가는 무려 2000억 원대에 이른다고 한다. 결국 오늘, 검찰은 김회장에 대해 횡령과 밀항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한다.

소시오패스는 정상적인 사람들을 얼마나 우습게 볼까? 서울대생이 아닌데도 자신이 법대생인 것처럼 주변 사람들을 속여서 결혼까지 하려고 했는데, 자기 거짓말의 피해자들(30년 전 서울대 법대생들이었으니, 상당수는 이용 가치가 높은 상류층일 것이다)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었던 인간에게는 진짜 그렇게 보일 법도 하다. 자기가 회장으로 있는 은행에서 불법 대출을 받아 리조트를 차명소유하고, 저축은행이 망하게 생겼는데 그 와중에도 200억 원을 횡령해서 밀항하려 했던 것도 어떻게 보면 이해가 된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유체이탈 화법'을 쓰며 절대 사과하지 않고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태도로 일관하며, 미국 같은 강자에겐 한없이 약하고 일반 시민처럼 약자에게는 무자비하리만치 강하게 대한다. 저축은행의 소시오패스나 청와대의 소시오패스는 둘 다, 어떻게든 사람들을 이용해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뤄내는 참 '유능한' 소시오패스인 것이다.

이쯤에서 청와대와 미래저축은행 사이의 연결고리 하나를 짚고 넘어가자. 공교롭게도, 미래저축은행은 씨앤케이인터내셔널(CNK)의 2대 주주다. 씨앤케이는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과 관련된 허위사실을 유포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를 받고 있는데, 현정권에서 이른바 '자원외교'를 주도했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고 한다. 미래저축은행은 씨앤케이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고도 신고하지 않아 금감원으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았다는데, 만약 다른 권력형 비리와 미래저축은행이 관련이 있다면 김회장의 사업 확장이나 금융당국의 저축은행 퇴출 저지 과정에서 정관계 고위층을 상대로 한 전방위 로비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또한 여러 보도를 통해 알려졌듯이, 저축은행 수사로 인해 대통령의 측근인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 등이 사법처리 됐고, 대통령의 친형까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한마디로 두 소시오패스가 합작해서 뭔가 일을 꾸몄을 수도 있다는 것이며, 그들이 이제까지 보여준 행태를 생각해 볼 때 아무래도 이것은 우리들 모두에게 큰 피해를 주는 일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다른 소시오패스가 주변 사람들에게 심각한 상처를 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시오패스는 사람들의 동정을 철저히 이용하며 자신의 '게임'을 계속해나간다고 한다. 김회장이 30년 전에 '가짜 서울대 법대생 사건'을 벌이고도 이후에 승승장구 할 수 있었던 것 역시 '동문'들의 동정 때문이었으리라. 인간만사가 언제나 그렇듯,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과거는 미래의 참상을 만들어낸다. 친일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 대한민국의 역사도 이를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어쨌든 김회장은 저축은행의 소시오패스였고, 자신과 비슷한 부류인 청와대의 소시오패스와 만났다. 아직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수많은 의혹이 불거지고 있으며, 궁지에 몰린 김회장은 저축은행 예금자들의 처절한 고통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자기만 살겠다고 200억 원을 인출해서 밀항을 시도하다가 붙잡혔다. 전형적인 sociopath의 행동 패턴을 따라가던 그는 지금 비참한 말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현정권은 이제 몇 달 안 남았다. 바로 이 순간에도 여러 가지 다양한 비리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으며, 빠르면 올해 하반기 늦어도 내년 초에는 이런 엄청난 부정부패 사건들이 수면 위로 부상할 것이다. 만일 청와대 소시오패스가 저축은행 소시오패스의 행태를 똑같이 따라간다면, 그 역시 몰래 도망가려고 할 수도 있다. 김회장은 다행스럽게도 잡았지만, 모든 권력을 쥐고 있는 그는 그렇게 운 좋게 잡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청와대 소시오패스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이 나라를 떠나려 하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우리는 이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그에게 동정을 보일 것인가? 12월 19일 대선의 선택과 함께, 이것도 역시 우리 앞에 놓인 많은 과제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우리는 이미 전두환과 노태우에게 동정을 보내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어떻게 됐는가? 솔직히 말해서, 진짜 엉망진창 개판 다 됐다. 이러고도 또다시 동정을 반복할 것인가? 개인적으로는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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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hurJung (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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