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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것 보다는 배포하는 게 더 어렵다. 혼자 쓸 목적으로 개발하는 거라면 버그가 좀 있고 디자인이 좀 구리면 어떠랴. 하지만 배포를 고려하고 있다면 배포 후 마주하게되는 다양한, 정말 다양한 반응이 간이 쫄깃쫄깃하게 쪼그라드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처음 스마트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무렵, 나는 사실 아이폰보다는 안드로이드폰에 더 관심이 많았다. 일단 애플은 개발자 등록을 해야 개발 문서를 읽을 수 있다고 해서 구글 쪽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세상에! 안드로이드 어플리케이션 모델은 정말 너무나 매력적이다!! 하나의 어플리케이션이 독립적이고 폐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레고 조각마냥 어플리케이션을 구성하는 컴포넌트 하나하나가 개별적으로 디자인되고, 그것을 다른 어플리케이션에서 끌어다 쓸 수 있는 모습. 당시 큰 관심사였던 Web 2.0의 매시업과 일맥상통하는 모델로써 이미 존재하는 어플리케이션들을 끌어다가 새로운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낼 수 있는 그 구조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어째 아이폰이 먼저 나와버렸다. 별 관심도 없었고, 아이폰용 앱을 개발하려면 맥도 있어야 하는데, 그럼에도 나는 아이폰을 사 버렸다. 못 기다린거지... 동생이 아이폰을 먼저 구입하지만 않았어도 아마 내 손엔 안드로이드폰이 쥐어져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뭐,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이폰을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앞서 말한 안드로이드의 매력적인 어플리케이션의 구조는 치명적인 단점을 하나 갖고 있다. 저 구조는 관리가 안되면 꽝이다. 앱 개발자가 앱을 개발하면서 '여기에는 이런저런 요소들이 있는데 따로 쓰고 싶으면 이렇게 쓰세요' 식의 문서가 같이 생겨나야만 어플리케이션 조합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구글 마켓이나 기타 어느 마켓에서도 그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오직 구글이 직접 안드로이드를 소개하는 유투브 동영상에서나 간혹 발견될 뿐. 상황이 그렇다보니 독립적이고 폐쇄적인 단일 어플리케이션을 구현하게 되는데 이는 절대적으로 애플 기기가 유리하다. 레퍼런스 모델이 달랑 하나니까. 안드로이드는 기기가 어디 한 둘이어야지;; 제멋대로인 해상도, 색감, 기기 특성 등은 '이렇게 가면 정말 구글 망하겠다-' 싶을 정도로 관리가 안되고 있다.

혼자 쓸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요량이라면 큰 문제가 없다. 내가 갖고 있는 기기에 올려보고 그런대로 잘 보이고 그런대로 잘 동작하면 되니까. 그러나 배포를 염두해 두고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내가 처음 만든 어플리케이션은 QuickDic이라는 무료 영어 사전이었다. Daum 오픈 사전 API를 이용한 영어사전으로 API 인증키만 입력하면 하루 500회 정도의 영어 단어 검색을 무료로 할 수 있는 앱이다. 정말 단순한 UI에 기능도 별거 없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API 인증키 입력만 해주면 끝. 그런데 이걸 배포했더니 생각외로 많은 사람들이 '인증키를 어떻게 입력하는지 모르겠다' 며 별점 1개를 주더라.

유료앱이든 무료앱이든 앱 리뷰가 달리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리뷰 평점이 떨어지는 모습은 결코 달갑지 않다. 그저 오르기만을 바랄 뿐. QuickDic을 계기로 깨달은 것은 대부분의 사용자는 나와 다르다는 것이었다. 나는 내가 쓸 목적으로만 생각하고 만들었기 때문에, 내 입장에서 보면 앱은 군더더기가 없고 사용하기 쉽다. 생각이 여기까지만 미치니 배포 후 폭풍감점을 경험한 것이다.

이 때부터 배포를 위한 앱 개발에 신중을 가하게 됐다.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미리 보여주고 '어때?' 라고 묻기를 반복한다. 굉장히 안타까운 건, 내 주변 사람들은 내가 만든 앱에 큰 관심이 없다; 그래서 피드백이 다소 적은 편이다.

그래서 생각한다. 경우의 수를 늘려보자. 사람들이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도 해보지 않을까? 지금까지의 경험에서 얻은 결론은 모든 사용자 입력에 대해서는 항상 반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화면에 보이는 게 전부인대도 사람들은 굳이 스크롤을 해보려 한다. 그럼 움직여주는 게 좋다. 그 왜 늘어나는 효과 있잖아... 끝까지 가면 더 밀리긴 하는데 손을 때면 띠용하고 돌아오는. 그 효과가 괜히 있는게 아니다. 앱은 언제나 반응한다는 걸 보여줘야만 한다. 반응을 보이면 사용자는 '아.. 이거 이렇게 해도 바뀌는 건 없구나, 이게 다구나' 라고 생각하지만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사용자는 '어? 프로그램 멈춘건가?' 라고 생각하니까.

두 번째로 만든 앱은 ProMan이라는 프로젝트 관리 도구다. 기억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나는 아주 단순한 방법으로 일의 진행상황을 기록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만든거다. QuickDic에 비하면 훨씬 더 많은 코드를 작성했고, 데이터베이스도 다루다보니 점점 더 복잡해지더라. 제법 쓸만하게 다듬었더니 '아.. 이건 무료로 내긴 너무 아깝다' 는 생각에 유료로 배포했다. 유료는 무료에 비해 훨씬 큰 책임이 따르기 때문에 훨씬 더 손이 많이 간다. 그래서 더 힘들더라. 여친님의 무한 피드백을 통해 생각보다 꽤 괜찮은 앱이 되었다.

ProMan은 90 카피 정도가 팔려나갔는데 리뷰가 거의 없어서 사용자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잘 모르겠다. 유일하게 일본 앱스토어에 리뷰 하나가 있는데 큰 도움이 되더라. 레드마인과 같이 챠트로 뭔가 보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리뷰는 개발자에게 큰 동기 부여가 된다. 그래서 2월에는 ProMan을 업데이트할 생각이다.

최근에는 TED+SUB이라는 어플을 만들었다. 요 몇일 블로그에 올라온 글이 죄다 그거였으니 더 설명할 필요는 없을 듯. 어쨌든, 무료 앱이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부담없이 받고 있고, 생각보다 많은 피드백을 보내고 있다. QuickDic이나 ProMan은 처음부터 내가 쓸 요량으로 만든거지만, TED+SUB은 나도 필요하긴 하지만 '이런거 만들면 사람들이 꽤 좋아하겠는데?' 라는 생각이 더 컸다. 다행히 많은 사람들이 반응하고 있다.

TED+SUB은 우리나라보다 일본에서 훨씬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트위터에서 'ted sub' 으로 검색하면 일본어로 작성된 트윗이 상당수 검색되는데 이 사람들은 단순히 링크만 리트윗하지 않고 코멘트를 하나씩 더 달고 있어서 좋다. 이런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사용하니 좋다 등등의 의견들을 보고 있다. 특히 일본의 목욕 문화 때문인지 방수팩+아이패드 조합 이야기가 꽤 있었다.

반응이 많은 만큼 수시로 앱 리뷰도 확인해본다. 5점이나 4점을 준 리뷰는 기분을 좋게 한다. '이런 것도 좀 추가해주세요-' 라는 글을 보면 '하모요~' 하게 된다. 그러나 1점짜리 리뷰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소리가 안나온다던가 동영상이 끊겨서 바로 지움 등등.. 소리가 안나오는 건 음소거 모드로 해놔서 그렇고 동영상이 끊기는건 TED 공식 웹사이트가 잠시 버벅여서인데 마치 내 잘못처럼 이야기가 되니 마음이 아플 수밖에.

한 일본인이 내게 멘션을 보냈다. '버그 있어요-' 라고. 그 순간 가슴이 덜컥 하더라.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름 잘 사용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정말 심각한 버그가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이 이 버그에 대해 뭐라고 생각할까? 개발자 녀석 되게 건성이네-라고 생각하진 않으려나?' 오만 생각이 들더라.. 마음 약한 사람은 앱 배포하면 안되겠다. 리뷰 하나에도, 버그 하나에도 심장이 뛰니;

어플리케이션을 배포하는 건 꽤 어려운 일이다. 특히 나처럼 혼자서 개발한 경우 모든 책임이 나에게 있다. 문제가 생기면 내 책임! 배포를 안하면 그만이긴 한데, 한 번 배포하기 시작하면 이게 참 손 떼기가 힘들다. 욕도 먹지만 칭찬도 들으니까. 그 누가 '참 잘했어요' 라는 소리를 듣는데 그만 둘 수 있겠는가? 못 들었으면 듣고 싶어서라도 계속하지 않겠는가?

어쨌든...

사용자 의견을 반영한 업데이트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다양한 사용자 패턴을 고려하다보니 쓸 데 없이 어렵게 생각해서 고생도 심했고, 시뮬레이터에선 잘 되던 게 기기에 넣으니 오동작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프로그램은 점점 더 복잡해져서 하나 고치는 동안 다른 부분에서 문제가 되진 않을까 고심하게 됐고, 덕분에 코드 한 줄 바꿀 때마다 신경이 불타오른다.

대충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기기 테스트만 좀 더 해보고 문제가 없으면 배포할 생각인데, 학교 인터넷이 그지같아서 테스트하기가 좀 버겁다. 디자이너 한 명과 테스터 3명 정도 있으면 진짜 좋을 것 같다. (뜬금없이 디자이너 이야기를 꺼낸 문장으로부터 이번 업데이트 버전에 분명 발로 그린 아이콘이 있겠구나- 하는 예측을 했다면 빙고!)

머리 식힐 겸 생각하는 걸 두서없이 적어봤다. 요즘 블로그를 너무 어렵게 쓰다보니 (왜 난 글 하나 쓰는 데 3시간 이상 걸리는건지;;) 가끔은 이렇게 생각나는대로, 손 가는대로 적어보고 싶더라. 그래서 오늘은 맞춤법 검사기도 안돌리고 그냥 올린다. 제목과 내용이 다를수도 있고, 이야기가 매끄럽게 진행되지도 않을 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그거대로 그런가보다 하련다.

(성격 탓인가... 다 쓰고 한 번 읽어보면서 조금 고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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